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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새운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코로나19 : 글로벌 관점'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매년 발표되는 '골키퍼스 보고서'이지만 올해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전세계, 특히 저개발국이 겪는 고통이 상세하게 다뤄졌다. 그동안 저개발국은 지표상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경제 성장률은 물론, 절대 빈곤층이 급격히 줄어드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그동안 이뤄왔던 성과가 매우 빠르게 후퇴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와 확진자와 같은 직접적인 영향 외에도 간접적인 영향의 형태로 전세계는 빈곤과의 전쟁에서 이뤄냈던 성과(빈곤퇴치, 보건과 교육의 확대)를 잃어버리고 있다.
워싱턴대 의과대학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와 협업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각 나라의 보건 체계가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백신 보급률이 올해 들어 1990년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백신을 접종받는 아이들의 비율이 지난해만 해도 84%에 이르렀지만, 올해는 70%로 줄었다. 25년간의 성과가 불과 25주만에 후퇴했다는 것이다.
이런 보건상의 후퇴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해 저개발국의 재정 여력이 약화될 수 있는가 하면, 코로나19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다른 질병 등에 대한 대응 여력이 감소했을 수도 있다. 원인이야 어떻든 그동안 맞아왔던 백신 접종률이 줄어들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아니더라도 홍역 등 다른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늘 수밖에 없다.
사회적 진보의 성과 역시도 위기를 맞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당시에 일부 서아프리카 국가들이 휴교령을 내렸을 당시, 휴교령이 해제된 뒤에도 여학생들의 경우 학교로 복귀하지 않는 일들이 벌어졌었다. 수십년간의 노력으로 여학생들의 등교가 확대됐지만, 코로나19로 학교 등이 문을 닫으면서, 그동안의 성과가 도로 아미타불이 될 위기에 처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코로나19에 맞춰 취해진 조치들이 영구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확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제적 상황도 위태롭다. 전세계 모든 나라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에 시달리고 있지만, 저개발국의 고통이 한층 더 크다. 선진국 등의 경우 경기 부양을 위한 각종 재정·통화 정책을 쏟아내는 데 반해 저개발국의 경우에는 이런 자원이 부재하다. 선진국이나 개도국의 경우 국채 등을 발행해 부족한 재원을 매울 수 있지만, 저개발국의 경우에는 국제 금융시장 등을 통해 재원을 조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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